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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 Vol.3

테마 스토리
글 |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송재용 교수

2010년대는 기업환경과 경영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대 격변기가 되고 있다. 특히 21세기 경제분야 최대 패러다임 변화인 경제의 지식기반화는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쟁의 룰도 브랜드, 기술력, 디자인, 고객 맞춤형 솔루션 제공 역량 등 무형자산 위주의 경쟁으로 변화되었고 승자 독식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과 최근의 스마트폰 및 SNS 혁명 그리고 본격화되기 시작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혁명으로 지식기반 경제는 네트워크 경제로 진화∙발전하고 있다. 휴대폰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의 급속한 몰락과 애플의 부상으로 이어진 스마트폰 전쟁에서 보듯 지식기반 네트워크 경제에서 패러다임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빠르고 파괴력도 가공할 정도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콘텐츠의 융∙복합화, 제조와 서비스의 결합 등 컨버전스 현상도 가속화되어 산업 경계는 모호해지고 있다. 또한, 기존 상품, 기술, 비즈니스 모델을 무너뜨리는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직면할 확률도 급속도로 높아지는 추세다.

이 모든 변화는 글로벌한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는 세계화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초경쟁 상황이 전개되고 기업의 초국적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2010년대에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틀을 근본적으로 뒤흔든 글로벌 경제위기와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 급감 등으로 국내외 경제의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는 소위 뉴 노멀(New Normal)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처럼 2010년대에는 글로벌 금융 위기 등으로 인한 중장기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라는 세계 경제 구조 변화와 지식기반 경제화, 네트워크 경제화, 글로벌 초경쟁 등 보다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어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불확실성의 정도와 변화 속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패러다임 변화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전략적 통찰력과 민첩성을 바탕으로 회사의 전략 방향을 움직여 가는 스마트경영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패러다임 변화 시기, 스마트 경영의 핵심 키워드

21세기 초반 경제와 기업 환경 패러다임의 대격변은 한국 기업의 경영과 전략상의 패러다임 변화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2010년대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여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경쟁의 승자가 되고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 경영 시스템과 전략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2010년대 기업 경영의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 몇 가지를 선정해보면 다음과 같다.

| 융복합(Convergence)

디지털 혁명에 따른 IT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산업의 경계와 국경이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다. 또한, 일부 선도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과 서비스, 콘텐츠,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통한 토털 솔루션 제공자로의 변신 노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러한 컨버전스 현상은 인간의 삶은 물론 기업의 경쟁 양상, 경영 전략에도 심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 패러독스 경영과 양손잡이 조직

글로벌 초경쟁 시대가 도래하면서 글로벌 선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이 하나의 전통적인 경쟁 우위의 원천에 의존하기보다 서로 상충될 수 있는 복수의 경쟁 우위 원천을 동시에 추구하는 패러독스 경영이 중요하게 되었다. 패러독스 경영은 차별화와 저원가, 창조적 혁신과 효율성, 글로벌 통합과 현지화, 규모의 경제와 빠른 속도 등 얼핏 보면 양립이 불가능해 보이는 요소들을 동시에 달성하는 경영을 의미한다. 이러한 패러독스 경영을 잘 추구하기 위한 조직적 대안이 ‘양손잡이 조직’으로, 특히 창조적 혁신과 효율성이라는 패러독스적인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데 효과적이다.

| 개방과 소통

글로벌 초경쟁 하에서 차별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제품, 기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창조적 혁신이 중요하다. 창조적 혁신을 위해서는 다양한 지식기반과 함께 개방과 소통을 기반으로 한 기업의 경영 시스템 및 비즈니스 모델 혁신도 필요하다. 특히 최근 스마트폰과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 혁명은 개방과 소통의 중요성을 급격히 높여 주고 있다.

| 창조적 혁신

선점자의 우위와 이를 기반으로 한 ‘승자독식’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21세기 지식기반경제에서 한국 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기존의 ‘빠른 추종자’ 전략을 벗어나 창조적 혁신을 통한 선도자 전략으로의 전환이 절실히 요청된다. 창조적 혁신을 위해서는 창조경영에 맞는 새로운 역량과 시스템, 문화를 갖춘 별도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왼손잡이 조직을 만들어 기술, 비즈니스 모델 등의 창조적 혁신을 주도하게 해야 한다. 기존 조직은 성공한 제품이나 비즈니스 모델, 기존 기술 경로에만 천착하여 기존제품이나 기술을 개량해 가는 점진적 혁신과 운영 효율성 제고에만 치중하면서 단기 성과를 추구하기 마련이라 창조적 혁신에 실패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창조성의 기반인 다양성, 개방성, 유연성을 존중하는 한편 실패를 용인하고 실패로부터의 학습을 권장하는 조직문화와 경영시스템이 필요하다. 창조경영을 잘하기 위해서는 창조적 혁신에 필요한 지식을 조직 외부로부터 광범위하게 구하는 ‘개방적 혁신(Open Innovation)’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 불확실성에 대응한 리얼 옵션적 사고

21세기 초반에는 위에 언급했던 근본적 패러다임 변화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어 기업이 직면할 불확실성의 정도와 변화 속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극심한 불확실성에 대응하여 복수의 시나리오와 대응전략을 수립해 놓는 시나리오 플래닝과 함께 리얼 옵션(Real Option)적 투자 등 전략 수립 시 불확실성에 대한 고려가 필수 명제가 되고 있다. 리얼 옵션 전략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기업이 미래의 핵심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단계적 투자 전략이다. 리얼 옵션적으로 투자의사 결정을 하는 경우에는 높은 불확실성 하에서 처음부터 하나의 대안을 확정하여 투자를 집중하기보다는 일단 복수의 대안에 동시에 소규모로 실험적 투자를 단행하게 된다. 이를 통해 각 대안에 대해서 보다 잘 파악한 후, 미리 설정한 의사결정단계 별로 각 투자 대안의 성공 가능성과 예상수익률을 재점검하여 투자확대, 지속,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게 되므로 불확실성에 보다 잘 대응할 수 있다.

스마트경영의 핵심은 전략적 민첩성

무엇보다도 예측이 어려운 환경 변화가 보다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기업은 환경 변화에 더욱 능동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민첩성(Strategic Agility)을 높여야 한다. 전략적 민첩성이란 패러다임 변화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이를 바탕으로 신속하고도 유연하게 기업의 방향을 변화시켜 나가는 역량을 의미한다. 문제는 성공한 대기업일수록 성공의 덫에 빠지고, 거대해진 조직으로 인해 관료주의화 되어 패러다임 변화, 특히 기존의 틀을 흔드는 와해적 혁신에 둔감해진다는 것이다. 전자산업의 패러다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대격변을 일으켰을 때 소니가 몰락한 이유도, 휴대폰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노키아가 몰락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반면 후발 도전자는 판을 흔들어야지만 기존의 선도 기업을 이길 수 있기에 와해적 혁신을 선도하거나 신속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 패러다임 변화의 시기야말로 시대를 풍미하였던 선도 기업이 몰락하고 후발 도전자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는 일이 일어나는 시기인 것이다. 성공한 대기업일수록 패러다임 변화 시기에 전략적 민첩성을 유지, 발전시켜 패러다임 변화를 빠르게 수용할 수 있어야 장수 기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송재용 님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스쿨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컬럼비아대학교와 연세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전략경영학회와 한국국제경영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Harvard Business Review」, 「Management Science」등 해외 톱 저널에 논문을 다수 게재하였다. 저서로는 <송재용의 스마트경영>, <이노베이션 3.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