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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 Vol.3

성공사례
글 | 설명환 IT칼럼니스트

지난 5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이하 내비 앱) 서비스 ‘김기사’를 만든 벤처기업 ‘록앤올’이 인터넷 포털업체 다음카카오에 626억 원에 인수되었다. 자본금 1억5,000만 원으로 시작한 앱 운영 회사가 창업 5년 만에 자본금의 400배에 이르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M&A 중 하나로 꼽히며 김기사는 일약 모바일 업계의 신화가 되었다. 다음카카오는 록앤올을 자회사로 편입했지만 기존 경영진 3인에게 경영을 맡기기로 했다.

김기사는 거대 통신사들이 포진되어 있던 내비 앱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단 5년 만에 길 안내 건수 1억 6,000만,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을 넘어섰다. 2011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시장에서 ‘올레 내비(2011년 출시)’를 가볍게 따돌리고 1,800만 가입자를 보유한 업계 1위 ‘T맵(2002년 출시)’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스마트폰 내비 앱 ‘김기사’의 탄생

김기사가 국민 내비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록앤올의 기술력이 있었다. 록앤올 공동 창업자이자 부산대 대학원 동창생인 박종환•김원태 공동대표, 신명진 부사장은 1990년대 말부터 약 10년 동안 위치기반 서비스와 내비게이션을 개발해온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2004년 KT의 협력업체였던 위치기반 기술 벤처기업 ‘포인트아이’에서 함께 일하며 국내 최초로 피쳐폰용 내비 서비스인 ‘K웨이즈’를 개발했었다. 하지만 2009년 스마트폰이 국내에 보급되면서 무료 내비 앱 서비스들이 잇따라 나오자 포인트아이는 내비 사업을 철수하였고, 이들은 이를 기회 삼아 창업을 결심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2010년 5월 퇴직금으로 받은 5,000만 원씩을 투자해 총 1억 5,000만 원의 자본금으로 ‘록앤올’을 창업해낸다.

이동통신사의 용역으로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었지만, 스마트폰과 모바일 통신망의 성능을 최대한 살리고 사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내비 앱을 만들기는 쉽지 않아 이들 셋은 독자생존을 모색했다. 창업 초기, 지도 정보를 사오고 서버를 운영하는 비용부터 만만치 않았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통신사 내비 앱이나 구글, 애플과 같은 지도 서비스를 쓰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개발 초기부터 ‘김기사’만의 핵심 경쟁력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이들은 운전자 관찰에 나섰고 그 결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내비를 켜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오히려 운전자들은 매일 이동하는 주행 경로 중 어떤 길로 가야 막히지 않는지, 지금 출발하면 몇 시쯤 도착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했다. 이에 맞춰 김기사의 콘셉트를 ‘길 찾는 도구’가 아닌 운전할 때 항상 켜두는 ‘교통 안내 도우미’로 확정할 수 있었다. 기존 내비와 차별화된 포인트를 잡아낸 것이다.

브랜드 네이밍도 기존처럼 ‘내비’나 ‘맵’이란 단어를 쓰지 않고 완성했다. ‘김기사’는 이름만 들어도 서비스 내용을 쉽게 알 수 있고, 기억하기 쉬운 친근한 네이밍으로 마케팅 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 최근 직방, 버튼대리 등 직접적인 이름의 각종 서비스가 나오는 것만 보더라도 ‘작명(作名) 효과’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크라우드소싱’, 실시간 교통정보 반영해 최단경로 찾아

김기사와 경쟁 내비 앱들은 운전자들의 실시간 운행 데이터를 사용해 길을 안내한다. 예를 들어 방금 전 어떤 구간을 지나간 사용자의 운행 데이터가 있다면, 이 정보를 같은 구간을 지나가려는 다른 사용자들의 운행시간 예측에 이용한다.

이는 여러 사용자들과 많은 양의 데이터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시스템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경쟁 내비 앱들은 실시간 데이터 이외에 주요 도로의 과거 교통량 정보를 함께 분석해서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데이터양을 줄인다.

반면 김기사는 100% 실시간 사용자 이동 데이터만 사용해 교통량 변화에 따라 실시간으로 길 안내를 변경해준다. 바로 ‘크라우드 소싱(Crowdsourcing•생산과 서비스의 과정에 소비자 혹은 대중을 참여시켜 더 나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 플랫폼 전략을 택한 것이다.

김기사 이용 데이터는 지도와 실시간 교통정보를 만드는 데도 활용된다. 한 달 간 수집되는 데이터 용량만 400GB(기가바이트)로 일평균 1,800만에서 2,500만 건까지 수집되는 이용 정보(빅데이터)는 김기사의 막강한 무기다. 경쟁 내비 앱들은 과거 이동통신망이 지금처럼 빠르고 원활하지 않던 시절의 기준에 맞춰진 반면, 김기사는 초고속 무선 통신망이 전국에 깔리는 것을 전제로 서비스가 개발되어 이러한 강점을 갖출 수 있었다. 빅데이터 특성상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수집되는 구간이 많아져 커버되는 지역이 넓어진다. 김기사가 1시간 이내에 수집하는 교통정보의 전국 도로 범위가 평일 기준 90% 이상, 주말 기준 95% 이상인 것을 생각하면 사실상 김기사 이용 정보만으로 전국 지도를 그릴 수 있는 셈이다.

뜻밖의 선물 ‘세린디피티’ 요소 갖춰

김기사의 성공에 ‘세린디피티(Serendipity)’를 빼놓을 수 없다. ‘세린디피티’란 사용자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나 요구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거기에 추가해서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선물과도 같은 보너스도 주는 것을 의미한다.

김기사는 길 찾기 기능은 기본으로 갖추되,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와 빅데이터를 접목해 혼자가 아닌 여럿이 쓰는 내비 앱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들이 저장해놓은 벌집모양의 즐겨찾기 지도를 통해 맛집 추천 등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내비 이용 정보를 활용한다는 것은 실제 사용자들이 이동해 도착한 진짜 맛집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의 벌집지도를 들여다보는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허받은 벌집 모양의 독특한 ‘GUI(Graphical User Interface)’는 즐겨찾기 화면으로 구성했다. 현재 자신의 위치를 벌집 중앙에 보여주고, 거기서부터 목적지까지의 방향과 거리에 따라 즐겨찾기에 저장된 장소들이 벌집에 채워진다. 예를 들어 현재 위치인 ‘집’이 서울 마포이고 목적지인 ‘회사’가 서울 강남에 있다면, 지도상에서 남쪽에 위치한 ‘회사’는 벌집 화면 아래쪽에 표시된다. 화면상에서 내 위치를 기준으로 직관적으로, 쉽게 목적지를 터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김기사, 다음카카오 O2O 비즈니스와 시너지 기대

다음카카오와 김기사의 만남은 ‘카카오택시’를 접점으로 한다. O2O에 방점을 찍은 다음카카오의 전략과 김기사의 강력한 경쟁력이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감에 있어 내비 등 교통 관련 서비스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최근 출시된 대표적인 O2O 서비스 카카오택시는 김기사를 연동해 길안내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택시기사는 승객의 콜 요청을 수락한 후 별도의 내비를 실행해 승객의 위치 또는 목적지를 입력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현재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이외에도 대리운전과 퀵배달 서비스 등 교통 관련 O2O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김기사는 해외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김기사의 일본판인 ‘드라이비(Dribee)’ 서비스를 시작했고,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에도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희망이 되다

김기사의 돌풍은 성공한 내비 앱 서비스로만 의미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지는 의미 또한 상당하다. 우리나라의 ICT가 성공하려면 창업에서 성장, 회수,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김기사는 특화된 기술과 다양한 가능성으로 무장한 스타트업이라면 큰 성공을 거두고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희망을 보여줬다.

투자로 돈이 몰리면 자연스럽게 인재도 모여든다. 돈과 인재는 ‘제2의 김기사’ 탄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실력 있는 벤처기업이 성공 신화를 만들고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으면 또 다른 젊은이들이 창업에 도전하도록 만들어 대한민국 ICT 발전의 도화선이 될 것이다.

설명환 님은…

세계 5위권 메모리카드 전문 제조기업 바른전자의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IT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면서 NI, SI, 반도체, IoT, 플랫폼 등 다양한 IT분야에 대해 기고하고 있다. 2010년부터 문화체육광광부 KOREPA 전문위원과 서울특별시교육청 청소년 멘토로 활동하며 청소년들의 진로에 대한 종합적인 조언과 강의를 해오고 있다.

  • 현현주2015.11.03
    김기사를 이용해 본 적은 있지만, 제대로 활용해보지 못했는데... 다시 한 번 관심이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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