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it easy

2015 | Vol.3

테마 스토리
글 | 과학콘텐츠스토리협동조합 Scoop 김형석 대표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상관없다. 영화는 이미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에게 사람과 동등한 자격을 주거나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했다. 인공지능을 가진, 눈에 보이지 않는 운영체제(OS)와의 사랑을 넘어(영화 'Her') 매력적인 외모에 지능과 감성까지 지닌 AI 로봇(영화 '엑스 마키나')도 등장했다. 사람과 교감하고 사랑을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심지어 두려움을 느끼고 살고 싶어(영화 '채피') 몸부림친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의 등장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AI의 등장은 꽤 오래됐다. 영화 <A.I>에서 ‘데이비드’는 가족의 품을 찾아가는 꼬마 AI 로봇이다. 한 과학자가 로봇공학 최후의 관문이자 논란이 되고 있는 ‘감정이 있는 로봇’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사이버트로닉스사를 통해 감정을 지닌 최초의 AI 로봇 데이비드를 탄생시킨 것. 데이비드는 인간을 사랑하도록 프로그래밍화되어 있고 입양된 가족의 모니카를 실제 엄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치병으로 냉동상태였던 아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자 데이비드는 숲 속에 버려진다. 엄마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는 데이비드는 숲에서 만난 남창 로봇 지골로와 가족을 찾아 험난한 여정에 나선다.

<A.I>가 인간보다 더 따뜻한 AI 로봇을 그린 영화라면 <아이, 로봇>은 AI 로봇의 어두운 미래를 직접적으로 다룬 영화다. 배경은 2035년(불과 20년 남았다)으로 인간이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다. 유명한 SF소설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1950년 발간한 원작에서 로봇의 행동을 규제하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위험에 처해 있는 인간을 방관해서도 안 된다. 둘째,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반드시 복종해야 한다. 셋째, 로봇은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인간이, 인간을 위해 만든 원칙에 불과하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이러한 원칙을 거부하기도 한다. 영화에서 로봇들은 ‘더 큰 위험에 처한 인간을 방관할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인간들을 공격한다.

<A.I>와 <아이, 로봇>이 인간이 되고 싶은, 혹은 인간을 지배하고 싶은 AI 로봇의 본격적인 등장을 알린 영화라면 <엑스 마키나>는 인공지능에 대해 보다 현실적이고도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인공지능 분야의 천재 개발자 네이든은 대통령도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위력적인 존재다. 네이든의 비밀연구소에서 칼렙은 매혹적인 AI 에이바를 만나게 된다. 칼렙은 그녀의 인격과 감정을 테스트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데 칼렙은 물론 에이바도, 그녀를 탄생시킨 네이든도 모든 것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엑스 마키나>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이 가능한가?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인간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는가?

영화가 현실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잇단 경고

인간의 모습은 아니지만 <인터스텔라>와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 <트랜센던스>에서는 인공지능의 위력을 간결하지만 강렬하게 보여준다. <인터스텔라>에서는 타스와 케이스, 킵 등 3대의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한다. 로봇이라기보다는 컴퓨터의 형태에 가깝지만 인간과 가장 기본적인 대화를 나누며 자신들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등장하는 할(HAL)-9000은 우주선에 고정된 일종의 슈퍼컴퓨터지만 결국 우주선의 승무원들을 모두 살해하고, <트랜센던스>에서는 전 인류의 모든 것을 합친 것 이상의 지성과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는 슈퍼컴퓨터 트랜센던스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

이 모든 것은 아직 영화 속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인간을 닮아가는 인공지능에 대한 위협과 공포는 영화 속에서 나와 현실에서도 적용된다. 최근 일본에서 ‘2045 연구회’가 출범했다. 2045년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정부 주도의 모임이다. 연구회는 정보통신과 컴퓨터, 뇌 과학 분야 전문가 12명이 참여해 ‘인간과 인공지능이 어떻게 공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미국의 온라인 매체 레딧(Reddit)이 주최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행사를 통해 “인공지능은 분명히 인간의 미래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앞서 스페이스X의 창업자이자 테슬라 모터스 CEO인 앨런 머스크도 MIT 특별강연에서 “인공지능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일과 같다”며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올 미래 사회에 대한 경고를 보냈다. 세계적인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 등도 “킬러 로봇은 내일의 칼라시니코프(구 소련이 개발해 지금까지 가장 많이 생산된 자동소총으로 전쟁과 학살의 대명사가 되었다)가 될 수 있다”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 무기, 일명 킬러 로봇 개발을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경고는 결국 인공지능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학습능력은 물론 추론, 지각, 이해능력 등을 실현하는 기술이다. 영화 <이미테이이션 게임>을 통해서 소개되기도 했던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은 인공지능을 ‘인간과 대화하고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기계’라고 정의했다. 결국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진 컴퓨터를 의미한다. 컴퓨터는 인간의 명령과 입력에 따라 정보를 처리하는 반면,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스스로 최적의 처리 방법을 찾고 실행한다.

인공지능 게이머 이어 세계 최초 감정인식 로봇 등장

올해 초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인터넷판에는 구글 자회사인 딥 마인드가 ‘딥Q 네트워크’라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해 인공지능 비디오 게이머를 개발했다는 내용의 논문이 소개됐다. 연구팀은 이 논문을 통해 이 인공지능 시스템이 49개의 게임 방법을 스스로 익혔으며 이 가운데 29개의 게임에서 인간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이 인공지능 게이머는 가장 고득점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냈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도 지난해 사람의 얼굴을 97% 이상 정확하게 인식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술인 ‘딥 페이스’를 개발했으며, 중국 온라인 서비스 업체인 바이두는 구글의 딥 러닝(컴퓨터가 사람처럼 복잡하고 추상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분석기술)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박사를 영입해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은 스스로 글을 읽고 그곳에 담긴 감정이나 패턴을 포착할 수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지난 6월 세계 최초의 감정 인식 로봇 ‘페퍼(Pepper)’를 일반 가정용으로 출시했다. 온라인으로 1,000대를 한정 판매했는데 불과 1분 만에 완판됐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이 로봇의 가격은 우리나라 돈으로 200만 원이 채 안 된다. 이 같은 저렴한 가격 때문에 페퍼는 가정용 로봇 시대를 여는 첫 번째 로봇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로봇 페퍼는 센서를 통해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를 인식해 감정을 분석한다. 언론에서는 “기계에 마음을 부여하는데 성공했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지만 분명한 것은 IT 기술은 사람과 교감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향해 달려갈 것이라는 점이다. 영화에서 그동안 우리가 목격했던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사람을 유혹하고, 심지어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인공지능은 아직은 먼 미래의 얘기다. 하지만 머지않아 세계 곳곳에서 개발 중인 슈퍼컴퓨터나 인공지능 시스템이 ‘튜링 테스트(인공지능을 판단하는 기준)’를 통과했다는 소식도 자주 듣게 될 것이 분명하다.

김형석 님은…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중도일보, 대전일보, 대덕넷에서 IT 전문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 과학콘텐츠스토리협동조합 Scoop 대표를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영화 속 IT 교과서>, <행복한 과학읽기> 등이 있다.

※ 영화속 IT 코너에서 다루었으면 하는 IT 관련 영화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호 주제 선정 시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 현현주2015.11.03
    [써니]에서 이런 대사가 나오죠! &#034;차라리 물도 사먹는 시대가 오고, 전화기들고 다니면서 사진찍는다고 해라!&#034;
    이미 그런 시대로 우습기만 한 대사였죠.
    우리나라 영화도 IT관련으로 발전한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처음이전 1 다음마지막